"국정원이 민주당 돈줄" 의혹 증폭…정성홍씨 진술 파장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14분


2000년 4·13총선 직전 여권인사의 요청으로 ‘특수사업비’를 모금해줬다는 정성홍(丁聖弘) 전 국가정보원 경제과장의 검찰 진술이 정치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정씨가 말한 ‘특수사업비’가 민주당 총선자금을 의미하는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의 돈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여권이 총선 직전 급하게 모금한 선거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4·13총선을 전후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벤처자금의 정치권 유입설’이 나돌았고, 일부 벤처기업들이 국정원을 매개로 해 당시 여당후보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흔적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정씨가 총선 직전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에게 진승현(陳承鉉)씨의 자금 5000만원을 지원하려다 실패한 것이나, 진씨가 후원금 명목으로 허인회(許仁會) 후보에게 5000만원을 준 것 등이 그 예다. 또 이용호(李容湖)씨의 돈 5000만원이 친구를 통해 민주당 김봉호(金琫鎬) 전 의원 계좌에 들어간 것도 포착됐다.

하지만 정씨는 검찰에서 특수사업비와 관련해 수차례 말을 바꿨다. 진승현씨 또한 “정성홍이 ‘김은성 대공정책실장이란 분이 있는데, 곧 차장이 되실 분이다’며 특수사업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흔쾌히 2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어 정씨가 김은성씨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원이 16대 총선자금을 모금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정씨가 ‘특수사업 용도로 썼다’고 진술한 것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의 용처를 합리화해 죄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인지 모르나 국정원엔 특수사업이라는 예산항목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막판에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여권 관계자가 친분이 있는 국정원 간부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고, 정씨가 개인적으로 자금 조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관측이다. 4·13총선 당시 국정원장은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였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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