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앞으로!" 한나라 중진들 벌써 뛴다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31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26일 기자회견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하고 자신은 대선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나라당도 급격하게 경선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보다 ‘포스트 이회창’을 노리는 2인자 그룹의 최고위원 득표 경쟁이 관심거리다.

10명 안팎으로 예상되는 최고위원직 경선은 하순봉(河舜鳳) 김기배(金杞培) 의원 등 이 총재의 측근들과 최병렬(崔秉烈) 서청원(徐淸源) 강재섭(姜在涉) 의원 등 비측근 중진그룹의 세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하, 김 두 의원은 지난 4년 동안 이 총재의 핵심측근으로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왔고, 하 의원은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측근들에 의한 ‘관리체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으나 김 의원 등은 “당당히 대의원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최 의원은 “우리 당 대의원들이 (총재의 측근이라 해서 표를 몰아줄 만큼) 그리 어리석지 않다”고 단언했다. 주변에서는 차제에 대선 이후의 당권을 겨냥해 전면적인 세 결집에 나서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지만 최 의원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또 ‘노무현(盧武鉉) 돌풍’을 막기 위한 ‘영남강화론’이 먹혀들 경우 대구 경북(TK)의 차기 주자로 꼽히는 강 의원이 그동안의 관망적 자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TK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는 “젊은 최고위원들이 많아야 한다”고 말해 세대교체 그룹간 연대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대선후보의 경우 이 총재 외에 경선의 모양새를 갖출 만큼 득표력이 있는 후보가 나설지 주목된다.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이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나 그가 탈당을 유보하고 경선 연기를 요구하고 나서자 ‘공정 경쟁’ 보장을 전제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28일부터 2박3일간 지리산 산행을 가진 뒤 다음주 초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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