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동교동계 "추락의 끝은…"

  • 입력 2002년 3월 8일 18시 19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당내 핵심이었던 동교동계의 쇠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동교동 구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은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 캠프에 합류, 이 고문을 돕고 있지만 중심세력으로 자리잡진 못하고 있다. 또 신파의 좌장격인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은 아예 새로운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의 약화는 지난해 말 있었던 사고지구당 조직책 선정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경선 과정에서도 이미 분화가 이뤄진 신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구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고문이 호남지역에서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동교동계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최근 전국에서 일제히 열렸던 시도지부장 선거에서도 구파는 판세를 좌우하지도, 개입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구파의 좌장인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측근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당 관계자들은 권 전 최고위원이 정치자금 등 각종 시비에 휩싸이면서 구심점을 상실한 것이 동교동계 영향력 약화의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을 따랐던 ‘과거 동지’들 중 상당수가 신파를 이끌고 있는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의 ‘우산’ 아래로 이동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편 한 고문은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이후 정치권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선후보 경선과는 별개의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한 고문의 행보는 이미 동교동계나 민주당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화합을 기치로 한 신당 창당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였다.

한 고문이 정계개편으로 눈을 돌릴 경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그가 30여년 이상 몸담아 온 동교동계는 형해화(形骸化)하게 될 것이다. 그가 고심하는 것도 김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 문제라는 후문이다.

동교동계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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