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각종 게이트로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반전시켜 정국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한 핵심 당직자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세풍 사건의 본질은 이회창(李會昌) 총재로 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세풍사건은 국기문란 행위인 만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검찰수사를 통해 그 진상이 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한나라당도 최근 정경유착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만큼 정략이 아니라 진실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당사에서 이 전 차장의 체포 사실을 보고 받고는 “그래?”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전했다.
당 관계자들은 이 사건의 ‘약발’도 이미 소진됐다고 얘기하고 있다. 윤여준(尹汝雋) 기획위원장은 “여권이 이씨를 귀국시키려고 공을 들였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미 세풍으로 입을 타격은 다 입은 상태다. 새삼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이 전 차장이 송환돼 세풍사건 재수사가 진행되면 대선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동안 축적해온 권력 핵심인사들의 비리의혹 폭로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