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씨 美서 체포]민주 "뜻밖 호재"…野 "하필 이때"

  • 입력 2002년 2월 16일 17시 59분


‘세풍’ 사건의 주역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16일 미국에서 전격 체포되자 민주당은 반색한 반면 한나라당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법무부가 사법절차에 따라 처리하지 않겠느냐. 청와대와는 무관한 사안이다”며 언급을 꺼렸다.

민주당은 각종 게이트로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반전시켜 정국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한 핵심 당직자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세풍 사건의 본질은 이회창(李會昌) 총재로 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세풍사건은 국기문란 행위인 만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검찰수사를 통해 그 진상이 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한나라당도 최근 정경유착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만큼 정략이 아니라 진실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당사에서 이 전 차장의 체포 사실을 보고 받고는 “그래?”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전했다.

당 관계자들은 이 사건의 ‘약발’도 이미 소진됐다고 얘기하고 있다. 윤여준(尹汝雋) 기획위원장은 “여권이 이씨를 귀국시키려고 공을 들였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미 세풍으로 입을 타격은 다 입은 상태다. 새삼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이 전 차장이 송환돼 세풍사건 재수사가 진행되면 대선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동안 축적해온 권력 핵심인사들의 비리의혹 폭로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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