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게이트 인맥'

  • 입력 2002년 2월 4일 06시 50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와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등에 깊이 연루된 국가정보원 김형윤(金亨允) 전 경제단장과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이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을 상대로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하면서 유대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정현준(鄭炫埈) 게이트’ 수사 당시 김 전 단장과 김 전 차장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이들과 신 전 총장의 관계 및 검찰 수사가 그 영향을 받았는지가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김 전 단장은 지난해 8월 신 전 총장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과 이헌재(李憲宰)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의 회식 자리에 합석해 이용호씨 사건 처리와 관련해 선처 부탁 및 항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용호씨가 신 전 총장의 동생에게 5000만원을 준 내용이 들어 있는 통장 사본을 입수한 김 전 단장이 지난해 9월 이를 이용해 신 전 총장에게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차장의 경우 2000년 7, 8월경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씨에 대한 금감원의 검찰 고발이 예정된 시점에서 신승남 당시 대검 차장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또 같은해 11월 김 전 차장은 대검에서 신 전 총장을 만나 진씨에 대한 수사 상황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조만간 신 전 총장을 소환해 이 같은 만남이 게이트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김 전 단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간 중단된 사실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2부는 2000년 11월 ‘정현준 게이트’ 수사 당시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 부회장에게서 김 전 단장과 김 전 차장에게 5500만원과 10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이 수사 방향과 내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수사 검사는 사표 제출 의사까지 밝히면서 수사 강행을 주장했으나 지휘부에 의해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본보가 지난해 9월과 11월 각각 김 전 단장과 김 전 차장의 금품수수 사실에 관한 진술을 검찰이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한 뒤에야 수사를 재개, 이들을 구속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수사 중단 당시 ‘실세’ 대검 차장이었던 신 전 총장이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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