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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18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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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31·사진)과 일본에서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는 한국 여성의 증언이 일본의 월간지 ‘신초(新潮)45’에 게재됐다.
잡지는 18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도쿄(東京) 아카사카(赤坂)의 한국인 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할 때 김정남과 만나 ‘2차’를 나갔다는 황은희씨(가명·24)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황씨는 지난해 5월 김정남이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붙잡혔을 때 그가 ‘북한의 황태자’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황씨는 현재 서울의 한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황씨가 김정남을 만난 것은 클럽 ‘S’에서 근무하던 98년 12월 28일. 마담으로부터 “귀한 손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밀실인 ‘특별실’로 들어가 바로 옆에 앉아 김정남을 접대했다. 황씨는 키 170㎝의 늘씬한 미녀로 당시 클럽에서는 가장 인기가 있었다.
▼광어회 잘먹고 주량 세▼
방안에는 김정남 외에도 60대 남자 등 3, 4명의 일행이 있었다. 김정남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미국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일행에게 “수고했소. 아버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라는 말도 했다. 60대 남자는 “앞으로는 미리 일정을 알려주시면 더 좋은 곳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일행은 김정남을 ‘회장님’이라고 불렀고 김정남이 술을 줄 때는 두 손으로 받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마셨다. 김정남은 광어회를 대단히 좋아해 3인분 정도를 혼자서 먹었다. 술은 ‘헤네시 엑스트라’였는데 김정남은 받은 술은 곧바로 비우는 등 주량도 대단했다.
김정남은 ‘건배’ ‘잠자리’ ‘런(RUN)’ 등 일본노래 중에서도 가사가 긴 노래를 몸을 흔들어가며 유창한 일본어로 불렀다. 황씨가 “왜 긴 노래만 부르냐”고 묻자 “좋아하니까”라고 대답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60대 남자가 황씨를 밖으로 불러내 “이미 계산도 끝냈고 마담에게도 얘기해 놨다”며 “매우 귀한 분이시니 잘 부탁한다”며 외박을 요구했다. 황씨는 그 날 받은 돈에 대해서는 “상당한 금액이었다”고만 대답했다.
▼상당한 금액받고 외박▼
술자리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자 검은 고급 차가 여러 대 주차해 있었다. 그중 하나에 올라타자 김정남이 운전사에게 “어디로 가는지 알지”라고 말했다. 김정남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호텔이 아니고 어떤 사람의 집으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나도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밖이 어두워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잠도 쏟아졌다. 김정남이 깨워서 일어나 보니 ‘요코하마(橫濱)’라는 도로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상당히 높은 곳에 있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대저택에 도착했다. 둘은 분수가 있는 정원과 호피가 걸려 있는 응접실을 거쳐 2층으로 안내됐다. 계단은 전부 대리석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김정남이 잠든 것을 보고 황씨가 밖으로 나오자 클럽에서 만났던 60대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택시비라며 5만엔을 건네줬다. 황씨가 도쿄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오전 5시경이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