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利규제 사실상 백지화 논란]"처벌규정도 없이 횡포?"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31분


국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가 7일 합의한 ‘대부업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이자제한법) 제정을 놓고 정치권 내에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여야 합의안의 핵심은 사채업자 이자상한(연 60%) 규정을 명문화하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포함시킴으로써 사실상 처벌규정을 삭제한 것. 그 대신 기준금리 60%를 지키는 ‘1종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20% 감면하고, 기준을 지키지 않는 ‘2종 대부업자’들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지 않음으로써 60% 이하로 연 금리를 낮추도록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고 있다.

▽여당 내 반발〓여야 합의안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강제규정의 명문화 없이 어떻게 살효성 있게 고리(高利)를 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종우(朴宗雨) 정책위의장은 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어제 재경위 소위에서 통과된 법안내용은 원안의 핵심이 빠진 것”이라며 “우리 당은 최고이자의 상한선을 정해 제한하는 법안을 냈으나, 어제 통과된 법안은 시행령에 상한선을 위임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자제한법이 빨리 통과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초 법 취지에 맞게 통과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재경위 전체회의에 회부될 경우 제동을 걸 것임을 시사했다.

또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은 “이자상한 60% 의무화와 처벌규정 삽입은 이미 여러 차례 당정회의를 거쳐 확정된 내용”이라며 “당시 논의과정에서 면밀하게 검토를 마친 것인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일단 법안심사소위의 합의안에 대한 재경부의 재검토 작업을 거친 뒤 방침을 정리키로 했다.

▽현실론〓이자제한법의 명분과 실효성간의 괴리를 막을 수 있는 원천적인 해법이 없는 한 여야 합의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사채업체의 평균금리가 150%대에 육박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60%의 이자상한을 정해 처벌할 경우 ‘사채업자 양성화’라는 기본취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반박논리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로 여야 합의안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당 간사인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보좌관은 “우리 당의 당론대로 됐다”며 “당장은 문제점이 없지 않겠지만 사채업자들을 양성화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금리상한이 지켜지기 어려울 바에야 지하자금의 양성화라는 ‘한 마리 토끼’라도 잡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이자율을 60% 이하로 의무화하자는 것은 서민을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이를 강제로 처벌할 경우 사채업자들이 꽁꽁 숨을 것이 분명해 결국 서민들에게 현실적인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며 “이자상한선을 강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동조했다.

▽전망〓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저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도 “여야 합의안의 처리를 꼭 막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상한을 40%로 정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시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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