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예비후보 본격 세몰이 "그는 안돼" 집안싸울 날새고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32분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의 세몰이가 본격 시작됐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자 각 주자들의 대선 행보에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이들의 행사에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1만명이 넘는 청중이 몰리는 것은 예사다. 경선전략도 비전이나 정책 제시가 아니다. ‘○○○는 이래서 안 되고, ○○○는 저래서 어렵다’는 식의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여전하다.

▽과시용 세몰이〓노무현(盧武鉉)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은 10일 전북 무주에서 각각 2000∼3000명을 동원한 지지 모임을 가졌다. 하루 전인 9일 노 고문의 대구후원회에도 3000명이 모였다.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은 15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1만5000∼1만8000명을 모아 후원회 겸 출정식을 가질 계획이다.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이 20일 서울올림픽펜싱경기장에서 여는 후원회에도 1만명 이상이 올 것이란 게 주최측 주장.

주자들이 이처럼 수에 집착하는 것은 청중 수와 지지 세를 동일시하는 낡은 관행 때문이다. 5일 한 고문의 부산강연회에 3000명이 모였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한 고문 측에서 5000∼8000명이라고 항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고비용 정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버스 한 대 분(50명)을 동원하는 데 최소한 100만원이 든다는 것이 정설인데 요즘 굵직한 후원회장 주변에서는 100여대의 버스가 줄지어 선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DJP 공조파기 후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수를 앞세운 낡은 정치는 안 된다”며 야당의 국회 독주를 경고해 왔지만, 정작 당내 경쟁은 ‘낡은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무성하다.

▽네거티브 전략〓노무현 고문은 10일 무주 단합대회에서 “영남에서 제3후보가 나오면 민주당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제2의 이인제’는 없다”고 말했다. ‘영남공략 불가론’을 펼치는 당내 일부 주자들을 겨냥한 말이었다.

그는 김중권 고문을 겨냥해서도 “양지를 찾아온 사람들과도 함께 해나가겠지만, 당의 얼굴은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하는 인물이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갑 고문도 “97년의 ‘이인제 학습효과’ 때문에 이 고문이 영남표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중권 고문측 또한 “유권자의 30%가 몰려 있는 영남에서 최소한 30%를 득표하지 못하는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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