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총리 마음 '오리무중'

  • 입력 2001년 9월 5일 23시 11분


당정 개편의 핵심 변수인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는 4일에 이어 5일에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서울 신당동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 자택을 방문해 “당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여분간의 만남에서 JP가 “신임 각료 임명제청을 마친 후 돌아와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대답이었다. JP는 일본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이를 재확인, 이 총리의 총리직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오전 9시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15분간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다. 한 실장은 “유임해 달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후인 오전 10시10분쯤 이 총리는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해 1층 로비의 목가공품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총리는 “김 명예총재에게 당으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한 게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청사에 나오지 말아야겠다. 뭘 물어봐도 대답 안 해”, “그런 것은 얘기하는 게 아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양식이 없어”라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어 다시 유임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인상을 풍겼다.

3~5일 이한동 총리의 행보와 말
3일 오후 3시45분 정치도의적으로 가장 올바른 길을 선택하겠다. (총리공보수석을 통해)
4일 오후 4시 경기 포천 생가 방문 및 선영 성묘
〃 7시 대북 포용정책은 성공했다. (포천 지방의원 연수행사에서)
〃 8시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총리 유임여부를 묻자)
5일 오전 7시 당으로 돌아가겠다. (신당동 JP 자택에서, JP의 전언)
〃 9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과 면담.
〃 10시10분그런 것 얘기하는 게 아냐. (당 복귀여부를 묻자)
〃 11시 총리로서 마지막 사인이 될 것 같다. (장애인부모대회 행사 방명록에
서명하면서)
〃 11시30분그게 내가 결정할 문제냐. (총리로서 마지막 행사냐는 질문에)
오후 2시 45분 JP 뜻에 따르겠다. (김용채 건설교통부장관의 전언)

이어 오전 11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전국 장애인 부모 대회에 참석한 이 총리는 방명록에 서명하며 “이것이 총리로서 마지막 사인이 되겠군”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한 여성참석자가 “무슨 말씀이세요. 오래 하셔야죠”라고 말하자 이 총리는 “그럴 리가 없을 겁니다”라고 부인, 총리직 사퇴를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행사 후 “오늘 행사가 총리로서 마지막이냐”고 기자들이 묻자 “그것이 내가 결정할 문제냐”며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하지만 오후 2시45분쯤 이 총리와 집무실에서 20분쯤 면담하고 나온 김용채(金鎔采) 건설교통부장관은 기자들에게 “이 총리가 JP의 뜻에 따르겠다고 명쾌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반면 오후 늦게 이 총리를 면담한 자민련의 전현직 의원 가운데는 “아직도 정확한 의중을 잘 모르겠다”고 전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박성원·부형권기자>swpark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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