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관 해임안 가결' 3당 표정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55분


현 정부 출범이래 대북(對北) 포용정책을 주도해온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3일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압승으로 일단락됐다.

▽표결 상황〓오후 3시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투표 선언으로 시작된 표결은 불과 30분만에 순조롭게 끝났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가결을 낙관한 듯 밝은 얼굴로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투표에 참여했다. ‘언론 탄압’에 항의해 국회에서 12일째 단식농성 중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이 동료 의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본회의장에 나타나자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손을 잡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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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말 없이 한 표를 행사했다. 일부 의원은 착잡한 듯 표결 후 곧바로 본회의장을 떠났다.

▽한나라당〓이회창 총재는 표결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부는 대북 정책을 자성하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며 “이번 결과를 가져오는데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 의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인사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그동안 자민련은 못믿을 정당이었는데 이번 일로 믿을 수 있는 정당이 됐다”며 “앞으로 자민련의 진로에 어려움이 있다면 도와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보지만, 국회법 개정 문제는 당장 협조할 의향이 없고 정국 진행 사정을 봐가면서 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영수회담을 역제의하는 등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총재께 건의했다”며 “이 총재가 대통령이 되려니 이런 일이 다 생긴다”고 흐뭇해했다.

한편 그동안 해임안 찬성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이부영(李富榮) 김원웅(金元雄) 의원 등 개혁 성향 의원 10명은 본회의에 앞서 ‘해임안에 찬성할 것이나, 해임안 처리가 남북한 화해 협력 정책의 후퇴나 중단으로 해석되어선 안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본회의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한나라당과 자민련을 싸잡아 성토하며 ‘새로운 정치문화의 실천’을 다짐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담합행위는 반민족적, 반통일적 행위”이고 “민족과 역사 앞에서 응징될 것”이라며 “비록 우리는 졌지만 역사적으로는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표결을 새정치와 개혁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자”고 의원들을 달랬다.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앞으로 당이 똘똘 뭉쳐 국민 앞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지도부도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한다”고 충고했다.

김성순(金聖順) 의원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하며 자민련에 대해 적대감이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자위했고,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선배들이 김종필 명예총재에 대해 심한 소리는 말라고 했지만, 이제 1960년이래 이 나라를 좌지우지해온 ‘김종필의 40년 세도정치’가 끝장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허탈하지만 차라리 시원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이어 ‘햇볕정책을 지속시키고 민간교류를 확대하길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남북간 화해협력을 촉진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햇볕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자민련〓본회의 후 이완구(李完九) 총무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우리 당의 해임안 찬성 행위를 ‘공조파기’라고 주장하고 나온다면 거기에 이의를 달지 않겠다”면서 “저쪽에서 저렇게 빨리 나올 줄(민주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선언을 지칭)은 몰랐다. 사전에 준비된 게 아닌가 싶다”고 흥분했다.

이 총무는 또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와 당소속 장관들의 거취에 대해 “당 총재 또는 소속 의원들인데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그분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으나 내각 철수 문제에 대해서는 “의총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정진석(鄭鎭碩) 제1정조위원장은 “공조는 이미 깨졌다”면서 “자민련의 행동은 민족의 명운과 당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대의명분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를 정략적으로 해석하는 민주당 태도에 심한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이제 민주당과 공조의 틀을 깨고라도 국민을 배신하고 우롱하는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민련은 정통보수의 길을 계속 갈 것이다”고 논평했다.

<송인수·윤영찬·박성원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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