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건교 경질 DJP 막전막후]林통일 거취 교감있었나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6분


오장섭(吳長燮) 건설교통부장관 경질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 간의 갈등 기류가 다시 잠복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일각에서 제기한 오 전장관 문책론에 대해 JP의 불만 표출 이후 DJP간 갈등 기류가 증폭되는 양상을 보여왔으나, 정작 오 장관 경질은 순조롭게 그리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JP는 20일 서울 신당동 자택을 방문한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경질 방침을 전해 듣고 강력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JP는 한 실장으로부터 “오 전장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뒤 바로 오 전장관에게 청와대의 분위기를 전했고, 오 전장관도 “그렇다면 내가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는 후문.

JP는 이어 21일 오후 김용채(金鎔采) 한국토지공사사장을 신당동 자택으로 불러 입각 의사를 타진했고, 이날 저녁에는 자민련 당직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와 인선문제를 협의했다.

JP와 이 총리의 협의 결과는 즉각 청와대에 통보됐고, 한 실장은 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21일 밤 전화로 김 신임장관에게 임명사실을 알렸다. 오 전장관이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22일 오전 9시였다.

오 전장관 문제가 별 잡음 없이 매듭지어짐에 따라 청와대로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항공안전 2등급 판정 파문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고, JP로서는 자신의 존재를 다시 부각시키고 후임 장관에 측근인사를 기용하는 실리를 챙겼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와 자민련 관계자들은 또 오 장관의 경질을 계기로 DJP간의 현안을 하나씩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련 내에서는 DJP 공조의 불안요인이 돼온 남북문제와 언론문제, 나아가 ‘JP대망론’을 포함한 내년 대선구도에 대해서까지 순차적으로 절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JP의 한 측근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의 거취 문제도 이미 가닥이 잡힌 것 같다”며 “평양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해 돌출행동으로 파문을 일으킨 남측 대표단 일부 인사에 대한 사법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된 뒤 임 장관에 대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JP의 측근인 김 신임장관 기용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일고 있다.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한마디로 국정쇄신과는 거리가 먼 인사로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민련 관계자들 중에도 “당내에 참신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그렇게 없느냐”거나 “어처구니가 없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는 등의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또 한나라당은 “국민모독”이라고까지 비난했다.

<윤승모·박성원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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