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영수회담 얘기는 나중에"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2일 여야 영수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당의 얘기를 들어보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말하겠다”며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이날 싱가포르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출국 전에 밝힌 대로 서로 진실한 의도와 신뢰가 있어야 하며, 국민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내 분위기는 강경론과 조기 수용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따라서 회담성사 여부는 오히려 이 총재 본인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회담을 제의한 쪽에서 분위기를 깨지 않았느냐”고 말했고,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도 “회담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가능하겠느냐”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 총재와 함께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돌아온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그는 “지금은 시간낭비를 할 때가 아니라, 경제문제에 대해선 야당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성장의 싹이 없어지면 정치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 사퇴로 ‘성의’를 보인 만큼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당무회의에서 “안 최고위원의 사퇴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를 보인 것”이라며 차질없이 회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도 “이 총재가 귀국한 만큼 실무준비를 위한 본격적인 접촉을 기대한다”며 “민생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겠다고 천명한 이 총재가 대화를 거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YS "영수회담 반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측근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2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궁지에서 탈출하려는 의도인 만큼 한나라당은 이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김 전 대통령도 그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이 영수회담을 수용하는 것은 현 정권의 언론사 대주주 구속과 남북문제에서의 잘못을 추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김 전 대통령은 이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