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 무슨얘기 나눌까]北로켓 "무죄"…MD엔 경고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44분


김정일 국방위원장  러인사와 얘기꽃
김정일 국방위원장 러인사와 얘기꽃
북한과 러시아는 다음달 4, 5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미사일에 대한 ‘면죄부’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 러시아 지도자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입을 모아 “북한 미사일은 주변국에 실제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나서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공통인식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신 양국 정상은 미국이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북한 미사일을 핑계삼아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추진한다며 이를 비난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러시아 방문 직전 성사된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로켓 개발 계획은 순수하게 평화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평화적인 로켓 계획 실현은 우리의 주권”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가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가 다 알고 있다”며 “‘북한이 로켓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은 미국의 선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있지도 않은 ‘북한의 로켓 위협’으로 소동을 떨면서 우리의 재래식 전력까지 ‘위협’이라는 딱지를 붙여 트집잡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세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직전인 16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라 델라 세라’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MD추진의 이유로 내세우는 북한의 위협은 심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24일 러시아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미사일은 심각한 위협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북-러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평가가 MD추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모스크바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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