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회의 시작과 함께 손영래(孫永來) 서울지방국세청장 및 중앙언론사에 파견됐던 국세청 팀장들의 재경위 출석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여 곧바로 정회가 선포되기도 했다. 속개된 회의에서도 안택수(安澤秀·한나라당) 의원이 안정남 청장을 ‘하수인’으로 지칭한 데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해 고성이 오갔다.
▽심규섭(沈奎燮·민주당) 의원〓왜 언론사에 대한 추징세액을 총량으로 발표했나.
▽안 청장〓추징액을 깎아준다거나 로비를 한다거나 하는 얘기가 나와서 총량치를 밝히면 적어도 그런 얘기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심 의원〓대통령이나 청와대 등 다른 기관에 사전 보고했나.
▽안 청장〓21일 오전 9시에 우리가 만든 보도자료를 직원들을 시켜서 대통령수석비서관에게 갖다 줬다.
▽나오연(羅午淵·한나라당) 의원〓일반 정기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범칙조사와 다를 바가 없다. 기간도 장기적이었고, 많은 인력을 동원했으며, 임원들의 계좌추적까지 했는데 어느 모로 봐도 정상이 아니다.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나.
▽안 청장〓99년 9월 취임 100일을 맞아 ‘내가 국세청장으로 있는 한 이 나라 사회지도층의 납세의무에 대해 검증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기관의 조종도 받지 않았다.
▽나 의원〓동아 조선 중앙 등 이른바 ‘빅 3’만 조사하면 공작의혹을 받을까 우려해 나머지 언론사도 함께 조사한 것 아닌가.
▽안 청장〓동일한 기준과 잣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했다.
▽나 의원〓조사 강도도 문제다. ‘빅 3’ 언론사의 경우 실적이 안 나오면 팀장들에게 ‘왜 철저히 하지 못해 실적을 올리지 못하느냐’고 독려했다는데 사실인가.
▽안 청장〓사실과 다르다.
▽나 의원〓서울청장이 지시한 적은 있지 않나.
▽안 청장〓이번 조사는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했다.
▽나 의원〓언론사의 오랜 관행과 실정이 무시되고, 추징세액을 최대한 부풀린 흔적이 보인다.
▽안 청장〓우리 조사반이 406명이다. 비밀은 없다. 어떻게 부풀리느냐.
▽나 의원〓기업체를 살리기 위해 국민세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민주발전에 있어 언론사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금을 맞고 건재할 언론사가 있나.
▽안 청장〓능력에 따라 다를 것이다. 파산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강운태(姜雲太·민주당) 의원〓세무조사 통지는 다 마쳤나.
▽안 청장〓일부는 마치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강 의원〓아직 통보가 안됐다면 범칙사건과 관련한 조세포탈의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토한다는 얘기 아닌가.
▽안 청장〓그런 점도 있다.
▽정의화(鄭義和·한나라당) 의원〓과거 ‘언론장악문건’도 공개됐고, 또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언급하자마자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섰다. 이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비판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정치적 의도 아닌가.
▽안 청장〓신문지상에 보면 10인위원회가 세무조사를 배후조종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는 정말 나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어느 누가 조종한 적 없고, 정치권에서 전화한 적도 없다. 몇몇 전화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추징액을 깎아줄 수 있느냐’고 얘기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