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통과 인권법]보호시설 수용자도 인권위에 진정 가능

  • 입력 2001년 4월 30일 23시 28분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를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당정 간 협의와 여 3당 간 조율 과정에서 원안보다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떻게 달라지나〓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폭력 또는 폭언 등의 방법으로 피조사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 인권위가 직접 조사할 수 있게 된다. 또 사인(私人)간 차별행위도 조사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신체장애나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기업이 채용을 거부할 경우 인권위의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우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불편이 있었으나 인권위법 제정에 따라 국가기관 인권위가 곧바로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시정을 권고하거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됐다.

구금 보호시설에 수용된 사람이 직접 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게 된 것도 인권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위원회가 시설을 직접 방문 조사할 수 있는데, 시설 공무원은 대화내용을 녹음·녹취할 수 없도록 해 진정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한계〓인권위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이나 가혹행위 등을 제외하고는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종결된 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없다.

진정이 접수돼야만 조사에 나설 수 있는 인권위에 비해 수사기관은 인지수사가 가능하고 수사인력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에 먼저 착수해 인권위의 조사범위가 원천적으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대우차 노조원 과잉진압과 같은 사안도 검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해버리면, 실제로는 인권위가 손도 못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조사방법에 있어 서면조사를 우선하고, 진술서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만 소환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인권위의 손발을 묶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증인에 대한 출석요구권이 크게 제한된 상태에서 인권위가 국가기관을 상대로 효율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발했다. 또 민주당의 한 소장의원은 “인권위가 국정감사 수준의 동행명령권이라도 갖게 해야 조사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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