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법안-총리해임안 표결]인권법 표결 의원 273명 전원참석

  • 입력 2001년 4월 30일 23시 28분


여야 3당은 30일 인권법 부패방지법 등 개혁법안과 국무총리 및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놓고 밤늦게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해임건의안 표결〓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와 이근식(李根植)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은 밤 10시경 일단 순조롭게 시작됐다. 의원들은 차례로 명패와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에 임해 모처럼 여야 간에 정상적인 표 대결이 벌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투표가 일단락된 뒤 투표 인원을 파악해 보니 민주당 의원 78명과 자민련 의원 20명 전원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겁하다. 강한 여당이라더니 믿을 사람만 투표를 시키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쳤다. 의원들은 또 이만섭(李萬燮) 의장에게 “투표하지 않은 의원들은 이름을 불러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게 해야 한다”며 투표 종결 선언을 막았다.

그러나 이 의장은 “투표하지 않는다고 호명했던 전례가 없다. 그런 관례를 남기면 안된다. 기권할 자유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만류했다. 이 의장은 또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국민이 다 안다. 의장이 강제로 끌고 가서 투표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본인들도 심경이 착잡할 것이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달랬다.

결국 이 의장은 밤 10시45분경 투표 종결을 선언하고 개표를 지시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 여야 의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동원령〓이날 표결에는 재적 의원 273명 전원이 참석하는 드문 현상이 벌어졌다. 표 대결을 의식한 여야 지도부의 독려로 여 3당 의원 137명과 한나라당 의원 133명은 물론이고 김용환(金龍煥) 강창희(姜昌熙)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 비교섭 단체 의원 3명까지 모두 출석한 것.

여 3당은 특히 와병 중인 민주당 이원성(李源性)의원과 이한동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7명을 모두 출석시켜 표결에 임하게 했다.

한나라당 역시 정창화(鄭昌和) 총무가 직접 소속 의원 출결 상황 등을 점검하며 의원들을 다그쳤다. 김덕룡(金德龍) 의원과 박근혜(朴槿惠) 부총재는 본회의 개의 직후 국회에 도착, 총무단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인권법안 처리〓총무회담 후 장시간 동안 법안 심사 소위 회의를 거듭한 여야는 오후 8시경에야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인권법과 부패방지법안을 심의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법안심사 소위에서 넘어온 민주당 안에 특별검사제 등이 빠졌다며 수정안을 제시, 결국 두 안을 놓고 표결을 실시해 8 대 7로 민주당 안이 통과됐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오후 9시10분경부터 시작된 본회의에서 두 법에 대한 수정안을 다시 제출, 재 표결을 시도했다.

▽상대 감시〓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해임건의안 표결 때 여당 의원들의 비정상적 투표를 저지하기 위한 감시조를 편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정창화 총무는 의총에서 “표결 도중에는 본회의장 뒤쪽의 커피 마시는 장소 이상으로 떠나지 말아달라”며 행동지침을 내린 뒤 “우리 당은 모두 ‘가(可)’라고 쓰면 된다”고 표결 방법까지 설명했다.

정 총무는 또 남경필(南景弼)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 소장파 초재선 의원들이 본회의 개의 직전까지 예정된 위치에 있지 않고 서성대자 “이래가지고 무슨 개혁을 한다는 거야. 임마, 빨리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송인수·김정훈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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