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전 납북된 아버님은 언제…" 납북자 가족의 절규

  • 입력 2001년 2월 23일 19시 07분


“아버지가 북으로 끌려간지 만 29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남북 당국은 납북자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6일 시작되는 제3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납북자가족모임의 부산 경남 대표인 이옥철(李玉哲·37·회사원)씨는 착잡한 심정을 가눌 수 없다.

선원이던 아버지 이재명(李在明·생존시 64세)씨는 72년 12월28일 부산선적 오대양호를 타고 백령도 근처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납북됐다. ‘납북’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던 그는 동생 2명과 함께 거의 매일 경남 거제 농소마을 앞 바닷가에 나가 아버지를 기다렸다. 굶주림에 지쳐 서로 얼싸안고 운 적도 많았다.

결혼 8년 만에 남편과 생이별한 어머니(60)는 생계를 위해 유복자인 동생 옥문씨(玉文·29·택시운전사)를 뱃속에 품은 채 막노동을 해야 했다.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할머니는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다 3년 만에 세상을 떴다.

이후 이씨는 기관의 감시와 연좌제 때문에 원양어선을 타는 것은 물론 공무원과 항해사 시험 등에 응시할 기회조차 막혔다.

당시 함께 납북된 농소마을 출신 선원은 17명. 이 때문에 아직도 명절 때가 되면 마을 전체가 납북가족의 생사조차 모른 채 슬픔에 젖는다.

이씨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아버지를 만날 기대에 부풀었으나 지금까지 납북자 문제만은 아무런 진전이 없다. 납북자가족모임에서 파악하고 있는 납북자는 모두 488명.

그는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생사여부를 밝힌 뒤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비전향장기수들이 북으로 돌아갔으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납북자들을 돌려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며 “우리 정부도 이런 차원에서 납북자 송환 특별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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