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무차별 공세… 할말 못할만 안가리고

  • 입력 2001년 1월 6일 20시 37분


《여야는 6일에도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 등을 둘러싸고 서로 무차별 독설을 퍼부으면서 사활을 건 공방을 계속했다. 청와대 DJP회동을 이틀 앞둔 이날 민주당과 자민련은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때리기에 열을 올려 각별한 공조를 과시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과거 선거 자금과 비자금 의혹을 이슈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 ▼

민주당은 이날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이총재가 96년 15대 총선 당시 중앙선대위 의장으로서 안기부 돈이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유입된 것을 사전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더욱 강력히 제기했다.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이총재가 중앙선대위 의장으로서 전국에 살포된 선거자금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대변인은 또 “당시 선대위 부의장과 선대본부장이 관련된 사실이 거의 확인됐다”며 “부반장과 줄반장이 교무실에서 벌서고 있는데 반장만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명식(李明植)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야 영수회담 때 이총재의 태도를 다시 거론하면서 “인간의 기본예의도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가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전선(戰線)을 넓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도 포화를 퍼부었다. 김대변인은 “당시 신한국당 총재로서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을 가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 자민련 ▼

자민련 관계자들도 6일 이회창총재를 맹비난했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5일 전례없이 강한 톤으로 이총재를 비난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자민련 관계자들은 특히 이총재가 자민련을 ‘거수기 정당’으로 표현한 데 발끈했다. 유운영(柳云永)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야말로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고 국가를 총체적 위기로 몰아넣는 ‘망국정당’”이라고 공격했다.

유부대변인은 이어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에게 오만불손한 작태를 보여준 이총재는 자격미달의 정치인이다.…이총재가 연일 ‘코미디 정치쇼’를 연출하며 국민을 웃기고 있다”고 힐난한 뒤 이총재의 공개 사과와 총재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양희(李良熙)원내총무는 이총재가 전날 ‘의원 꿔오기’와 관련해 “JP식 정치가 DJ보다 나쁘다”고 비난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왜 그렇게 남의 당을 간섭하느냐”며 “내정간섭하지 말고 자기네나 잘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 한나라당 ▼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야당 죽이기 공작이 본격화됐다’고 결론짓고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했다.

참석자들은 “반독재의 상징인 김대중대통령이 독재의 상징으로 변했다”, “파렴치하고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정권이다”고 흥분했다. 한 참석자는 “완전히 전쟁상태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터무니없는 짓들을 하고 있다”고만 말하고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기만 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회의 후 △지난해 16대 총선에서의 민주당 선거자금 △97년 대통령선거에서의 김대통령 선거자금 △김대통령이 92년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20억원+α’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권대변인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객관적인 조사를 하자는 제의도 했다.

한나라당은 8,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 수사의 부당성을 집중 부각시키기로 했다. 또 10일부터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문철·송인수·박성원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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