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서도 몰매맞은 '담합'…여야 의원 예산협상불만 폭발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8시 54분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비가 막판에 나눠먹기식으로 반영된 새해 예산안 수정안이 공개된 26일 여야는 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벌집을 쑤신 듯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한나라당은 오전 총재단회의에서부터 부총재단이 일제히 민주당측과의 협상을 주도한 정창화(鄭昌和)총무와 이강두(李康斗)의원을 질타했다.

박희태(朴熺太)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지적만 많이 해놓고 실제로 삭감된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도 “깎지도 못할 삭감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용두사미꼴이 됐다. 새만금사업과 박정희기념관사업은 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대의견이 많았는데 거의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만큼 삭감한 것만도 큰 성과”라고 부총재들을 진정시켰지만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후에는 김문수(金文洙) 김홍신(金洪信) 김원웅(金元雄) 심규철(沈揆喆)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과 김용갑(金容甲)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총무실에 몰려와 점심식사까지 거르며 상위에서 1500억원 깎기로 했던 남북협력기금의 원안 통과와 지역민원성 사업비 대폭 증액 등에 대해 항의했다.

또 이규택(李揆澤) 안상수(安商守) 박혁규(朴赫圭)의원 등 경기지역 의원들도 총무실을 찾아와 “경기도는 도대체 뭐냐. 단 한 건도 반영된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6시반경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경북 봉화―울진이 지역구인 김광원(金光元)의원은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지역구인데 당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어떡하란 말이냐”며 반발했다.

이에 앞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김문수의원은 “국회가 염치가 없어졌다. 부산 대구 군산 등 곳곳의 지역사업 예산이 슬그머니 증액됐다. 특정지역이 명기된 예산 증액은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같은 당의 김홍신의원은 ‘한일 의원바둑대회’ 예산이 소위에서 3000만원 증액된 데 대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박병석(朴炳錫) 송석찬(宋錫贊) 전용학(田溶鶴) 송영진(宋榮珍) 문석호(文錫鎬)의원 등 충청지역 의원들이 발끈했다. 박의원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 예결위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은 특정지역 의원들의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반영해 영호남지역 특히 영남지역에 편중된 것”이라며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송석찬의원은 특히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장재식(張在植)예결위원장이 불과 5초 만에 예산안을 상정, 처리하자 위원장석 앞으로 뛰쳐나가 “의사진행발언을 달라.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경기 이천시가 지역구인 이희규(李熙圭)의원은 예결위 회의장에 찾아와 예결위원들을 붙잡고 “도자기 엑스포가 경기도만의 행사가 아닌데 이렇게 예산을 깎아도 되느냐”고 항의하다가 “내년에는 예결위에 반드시 들어가겠다”고 자탄하듯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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