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甲 남는 甲…엇갈린 표정]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02분


▼권노갑/의외로 담담 "쉬고 싶다"▼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은 17일 밤 취재진의 추적을 따돌린 채 잠적했다. 18일 새벽에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측근을 평창동 자택에 보내 옷가지를 챙겨갔을 뿐이다.

오전에는 김원기(金元基)상임고문 등 몇몇 인사들이 그가 묵고 있는 모처로 위로 방문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권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더 이상 할 얘기도 없고 취재진을 만날 이유도 없다”며 “제발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권최고위원은 민주당 대표에 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당 문제는 더 이상 그의 관심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측근들은 권최고위원이 의외로 담담하다고 전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한 38년간의 정치역정 속에서 숱한 풍상을 겪은 탓인지 이번 일도그의 말대로 ‘순명(順命)’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라는 것.

그러나 한 측근은 “후배 정치인으로부터 면전에서 ‘제2의 김현철’이라는 얘기까지 들어야 했던 데서 받은 충격으로 정치의 무상함을 새삼 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최고위원은 빠르면 내년 1월 ‘마틴 루터 킹 인권상’을 받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분간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평소 하고 싶었던 영어공부에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한화갑/"당원 역할에 충실할뿐"▼

중국을 방문중인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동교동계의 ‘영원한 형님’에서 ‘정치적 대칭관계’가 돼버린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에 대해 몹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최고위원은 17일 권최고위원의 소식을 전해 듣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께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평가한 뒤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무거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권최고위원은) 과거 동고동락하면서 대통령을 함께 모셨던 어른”이라며 “앞으로는 선배를 내가 잘 모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권최고위원과의 갈등설이나 그의 퇴진에 따른 ‘반사이익설’ 등은 적극 부인했다.

그는 18일에는 민주당 대변인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일부 언론에서 내가 (민주당 차기대표에)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을 밀고, 권최고위원이 김원기(金元基)의원을 미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왜 우리를 대립시켜 보도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최고위원은 ‘권최고위원이 없는 마당에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는 당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뿐”이라고만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