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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1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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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해시 선거관리위원회 석종근(石宗根·39)지도계장은 11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신(新) 단성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정이 그릇된지 오래이며 나라의 기틀은 무너지고 민심은 천갈래 만갈래로 흩어져 각하에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성소(丹城疏)는 조선 명종이 유림의 거두인 남명 조식(南冥 曺植)선생에게 단성현감을 제수하자 남명이 현감직을 거부한 채 임금에게 '정치나 똑바로 하라'며 올린 상소문.
석계장은 이 글에서 "정부투자기관은 이면합의로 제 밥통만 챙기고, 고위당직자와 각료들은 거들먹거리며, 모두들 눈먼 공적자금만 낭비하고 있다"며 "말단 공무원인 본인이 깊이 생각해 봐도 탄식만 나올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이지경이고 보면 각하는 인(人)의 장막에 둘러쌓여 밖의 소식에 어두운 '구중궁궐에 있는 외로운 한 늙은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단성소에서 남명이 '대비는 밖의 소식이 막힌 깊은 궁궐안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는 나이 어린 선왕(先王)의 한 외로운 자식일 뿐'이라는 문구에 빗댄 것이다.
석계장은 이와 함께 "국정을 정돈하고 난마같은 경제현안을 푸는 길은 (대통령이) 당적을 버린후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 국민이 믿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신라의 삼국통일은 국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한 곳에 모았기 때문이며 불국사는 웅장해서가 아니고 백성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건설된 것이기에 위대하다"며 "각종 의혹사건을 국민이 납득할수 있도록 해결하고 당정을 쇄신한 후 국민에게 호소하면 국민들이 믿음을 갖고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계장은 남명학연구원 진해시지부장과 '민주도정실현 경남도민모임'의 대표 등을 맡고 있으며 그동안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여러가지 형태로 고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진해=강정훈기자>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