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장충식총장 “北이 그만두라고 그만두나”

  • 입력 2000년 12월 4일 23시 29분


‘북한 비하’ 발언에 대한 북한측의 항의로 인해 제2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출국했던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 총재가 4일 오후 귀국했다.

장총재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요구한다고 자리를 그만두거나 말고 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해 당분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장총재는 또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데 대해서도 “내가 남아 있을 경우 50년만의 상봉이 깨질 것 같은 생각에 자리를 피했다”고 말했다.

장총재의 거취를 놓고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 “경위야 어떻든 장총재가 총재로 있는 한 이산가족 상봉사업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런 식으로 북한에 끌려 다니다간 제2, 제3의 장총재가 나올 것”이란 반론도 있었다.

장총재가 이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해서 이 문제를 거론하거나, 이를 빌미로 제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미룰 가능성도 없지 않아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퇴할 것인가.

“그런 입장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북이 그만두라고 그만두고, 있으라고 있는 것 아니다.”

―북측이 우리의 인사권에까지 관여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남북관계는 특수성이 있다. 상대방의 문제점을 가지고 진퇴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간의 많은 여러 회담에서 북한에 누가 있고 남한에 누가 있다고 회담을 안한 것은 아니다.”

―장재언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죄에 죽고 재생하라’는 등 폭언을 했는데….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분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이야기가 나와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오히려 이산가족 상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측이 심한 이야기를 해도 수용하고 싶은 생각이다.”

―일본으로 돌연 출국한 이유는….

“북한방송을 통해 나에 대해 비난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 실향민의 한사람으로 이곳에 남아 있을 경우 50년만의 상봉이 깨질 것 같아 자리를 피했다. 나 한사람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3, 4차 상봉 때도 계속 피할 것인가.

“2차 상봉이 어려운 속에서도 이뤄진 것을 보면 북측도 더 이상 심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까지 섭섭한 이야기를 내가 참은 것을 보면 저쪽도 더 심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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