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은밀한 메모 잇단 촬영보도…“카메라 경계령”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26분


“메모를 전달할 때는 카메라를 조심하라.”

장재식(張在植)국회예결위원장이 1일 예결위 회의장에서 민주당 김경재(金景梓)의원에게 보낸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을 박살내라’는 메모가 카메라에 잡혀 파문이 일자 의원들에게 카메라 비상령이 내려졌다.

의사당의 ‘몰래 카메라’소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1월17일 검찰수뇌부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본회의장에서 자민련 지도부 2명의 표결참여 동향이 적힌 메모를 전달받았는데 이 메모 내용도 카메라에 잡혔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도 11월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한동(李漢東)총리를 상대로 공세를 취하자 이총리에게 ‘아니꼽더라도 참고 견디라’는 메모를 보냈다가 메모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기자들은 통상 의원석과 멀리 떨어진 방청석에서 촬영하는데도 메모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은 망원렌즈가 있기 때문. 한 사진기자는 “보통 국회 본회의장이나 예결위 회의장에서는 300∼600㎜의 망원렌즈를 사용하는데 10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을 해도 메모내용을 모두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 당 지도부의 좌석배치도 사진기자들의 ‘메모 포착’에 도움이 된다. 당 지도부는 주로 맨 뒷자석에 앉기 때문에 실제 촬영거리가 6∼7m에 불과하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기 때문에 글자가 복사한 것처럼 선명하게 나온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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