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까지 설마…" 與野 '司正칼날' 촉각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44분


정부가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에 대해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한 ‘전방위 사정’을 선언하고 준비작업에 착수했지만 정치권에는 아직 이렇다 할 ‘기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정 관계자들은 여전히 “정치권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원칙론을 밝히고 있다. 과연 정치권 사정은 하는 걸까, 않는 걸까.

▼ 野 "반성해야 할 검찰이" ▼

▽정치권 사정이 되겠느냐〓이같은 주장은 주로 정치권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검찰수뇌부에 대한 탄핵안 처리문제로 국회파행사태가 빚어진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권 사정을 한다는 것은 어색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반성을 해도 부족한 검찰이 거꾸로 사정 칼날을 들고 나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등의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한빛은행사건, 동방금고사건으로 사실과 관계없이 ‘여권 실세’들이 의심을 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인 제외되면 의미 반감" ▼

▽정치권, 방심은 금물〓사정관계자들의 얘기는 좀 다르다. 한 사정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국회가 열려있는 상황에서 정치권 사정을 말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권 사정을 안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단계에서 사정대상자가 구체적으로 거명되는 법”이라며 “정치권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사정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의 비리혐의가 드러날 경우 그런 부분까지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사정관계자도 “정치권 인사들이 사정에서 제외되면 사정의 전체적인 의미가 반감되고, 공무원 등 사정대상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시범 케이스’ 차원에서라도 정치권 사정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 표적 아니지만 '불똥' 가능성 ▼

▽사정대상은?〓정치권 인사들과 사정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번 사정이 정치권을 주타깃으로 삼고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권은 정치권으로 통하게 마련’인 현실에 비춰 정치권에 대한 부수적인 사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의 문제는 결국 정치자금인데, 이는 사회 전체의 부패상에 비하면 사실 규모가 크지 않다”며 “그보다는 거액탈세 불법증여 등 고질적인 부조리를손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관계자는 “고위공직자 및 정부산하단체, 공기업, 금융기관 임원 등의 비리와 일부 부유층의 탈세, 편법증여가 주요 사정대상”이라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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