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안가 머물기 원해"…야당 면담서 밝혀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9분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는 23일 “내년 10월까지 중대한 집필계획이 있으며 그때까지는 국가정보원 내 안가(安家)에 머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이날 황씨를 면담한 한나라당 ‘황장엽사건진상조사특위’(위원장 강창성·姜昌成) 소속 의원들이 밝혔다.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을 방문, 황씨를 면담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황씨는 자신에 대한 대외활동 제한조치를 부정하는 국정원의 반박문에 대해서도 ‘접수하지 않겠다’며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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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황씨는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일부 활동에 제약은 있었으나 그 같은 제약은 스스로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또 “황씨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개입할 의사는 없지만 민간사업과 관련해 정부와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이처럼 정부와 자신이 이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며 “황씨는 신변문제를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 김보현(金保鉉)제3차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올 5월 우방국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이 황장엽씨에 대한 테러 기도를 위해 정보를 수집 중’이라는 첩보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황씨-YS 내주초 만날 예정▼

김차장은 “북한이 황씨를 ‘테러표적 1호’로 지목해 끊임없이 테러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부득이 신변 관리를 전담, 안가(安家)에서 특별관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측은 방송매체를 통해 수십차례 ‘이한영과 같은 운명’ ‘지구 끝까지 쫓아가 응징’ ‘김정일 비방 시 보복’ 등을 위협해 왔고, 비공식 경로를 통해 ‘북측이 친북 중국동포를 활용, 황씨의 제거를 추진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씨와 함께 탈북한 김덕홍(金德弘)씨는 “황씨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에는 미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나, 조시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방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병치료를 위해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도 25일 귀국하면 다음주 초쯤 황씨를 만날 예정이라고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이 전했다.

▼자민련 "황씨 방출 재검토를"▼

자민련 유운영(柳云永)부대변인은 “우리는 만일 국정원이 이들을 방출해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희·공종식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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