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민주당-北 노동당 국제무대서 첫 '同席'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9시 02분


남북한의 집권당이 내년 3월 사상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자리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민주당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내년 3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진보적 국제정당기구인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의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에 비회원인 민주당과 북한의 노동당이 나란히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 초청될 예정이라는 것.

김상우(金翔宇)민주당 국제협력위원장은 “SI는 그동안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 등을 문제 삼아 노동당의 가입신청을 수차례 거절했으나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노동당에 ‘옵서버’ 자격을 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SI 대표단이 북측과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내년 초 방북할 예정”이라며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내년 도쿄의 지역회의에는 우리 당과 노동당이 모두 초청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 노동당이 SI에 참여하게 되면 북한이 건전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SI는 우리 당의 가입을 요청하고 있지만 당내 토론과 여론 수렴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옵서버’로만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I는 ‘제2인터내셔널’ 등 초기 국제노동운동조직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데 5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의회에서 재건돼 현재 전세계 143개의 사회민주 및 노동정당 대표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의장은 안토니오 구테레스 포르투갈 총리이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이 주요 멤버.

민주당은 8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SI 지역회의에 김상우 위원장이 정식 옵서버로 처음 참석한 데 이어 이달 10∼11일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서 열린 SI 이사회에도 장을병(張乙炳)민주당 최고위원이 ‘옵서버’로 참석해 연설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의원은 “한나라당이 보수정당모임인 ‘국제민주연합(IDU)’에 가입돼 있는 만큼 민주당이 SI에 가입하면 국제사회에서 균형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안보논리가 여전히 중시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회원 가입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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