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외교관 냉전의식 빨리 벗어던져야"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7시 46분


한완상(韓完相·상지대총장)전 통일부총리가 외교통상부를 향해 “냉전과 관료의식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탈냉전에 앞장서야 한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 전부총리는 18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외교부직원을 대상으로 한 ‘통일 특별시책교육’이란 강연을 통해 “외교부가 한반도의 탈냉전에 앞장서기 위해서는 외교관들의 의식 속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냉전의식을 탈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관료 중 가장 역사의식이 날카롭고 개척정신이 투철해야 할 외교관들 가운데 ‘골통’ 냉전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문제다”라며 “다른 정부부처라면 몰라도 외교부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을 못따라 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세계의 시계는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맞춰 돌아가고 있는데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냉전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며 “한반도의 냉전 비용을 새천년 한민족 번영의 비용으로 전환시키는 데 외교부가 앞장서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전략 불변론’ ‘속도조절론’ ‘시기상조론’ ‘북한에 퍼주기 담론’ 등은 모두 냉전논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뒤 “문제는 정부 당국자들이 이에 대해 논리적 거시적 합목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정부가 있는지 모를 정도”라며 “장차관 국장들이 할 일을 대통령 혼자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도 정부에서 일해봤지만 관료의 체질은 변화와 정반대다. 나라와 민족의 ‘리스크(위험)’보다 자기 자리의 ‘리스크’를 더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정부 부처의 엘리트인 외교부 직원들은 몸을 던져 대통령보다 한발짝 앞서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그는 “남북한에 대한 주변 4강의 교차승인을 완료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며 보건 환경 금융 학술 등 각 분야에서 한반도 탈냉전에 도움을 주는 다자간 협력을 이뤄내야 한다”며 “이는 냉전적 발상으로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비판과 열띤 충고와는 대조적으로 이날 강연에는 홍보 부족과 무관심 때문인지 불과 60여명의 직원만이 참석했다. 그나마 이는 350여석의 회의실에 너무 사람이 없자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급히 불러온 기능직 여직원들을 포함한 수였다. 주요 국장은 물론 과장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으며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 하나 나오지 않는 등 썰렁한 분위기였다.

한 전부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이 자리에 장차관이 나와야 하는데 여러분이 대신 (내 얘기를) 전해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강연을 마련한 이승곤(李承坤)외교안보연구원장은 “배 안에 타고 있으면 그 배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며 “‘외교부’라는 배가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듣고 싶어 한 전부총리를 모셨다”고 말했다.

독자의견쓰기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