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직자사정' 왜 나왔나]줄이은 악재에 '위기탈출 카드'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03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11일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의 정국상황에 대한 여권내부의 기류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여름 ‘부정선거 공방’→‘선거실사개입의혹’→‘한빛은행 사건’→‘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등으로 이어져온 실정과 야권의 파상공세에 수세적으로 몰려온 국면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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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여권은 심각한 위기의식에 직면해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민심 이탈은 물론, 향후 2년여 집권기간의 안정적 정국운영도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1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대대적인 공직자 사정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의 산물이다. 서대표는 대표연설이 끝난 뒤 한광옥(韓光玉)청와대 비서실장 등 여권 핵심관계자들과 회동, 공직기강 확립을 강하게 역설했고 한실장 등 참석자들도 이에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직원들에 대한 자체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중점 점검 대상은 직원들의 주식거래와 사설펀드 가입여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체 공직사회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방 및 한빛사건에서 비리가 드러난 금융감독원과 은행권 등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감찰이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은 12일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전반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작업을 더 엄격히 해 ‘깨끗한 사회’를 지향하는게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전면적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정기국회를 마친 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물론, 물의를 일으킨 각료와 민주당 지도부의 교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느슨하고도 이완된 조직으로는 정국을 끌고 갈 수 없다”며 “정권의 실패는 개혁실패라는 각오로 총력태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권의 공직자 사정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민주당 서대표의 ‘공직자 고강도사정’ 주장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공직자 사정에 앞서 시급한 것은 정권핵심의 도덕성 회복”이라고 비난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일개 청와대 청소부가 돈을 쓸고 다닐 지경으로 이 정권은 썩을 대로 썩어가고 있다”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같은 위기극복을 위해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내각총사퇴와 비상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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