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총재 인터뷰' 파문]말꼬리 잡는 北 말못할 속사정 있나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30분


북한이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총재의 월간지 인터뷰 내용을 문제삼고 나섬에 따라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우려섞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3일 적십자회 성명을 통해 장총재의 교체를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등 이번 사안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북측의 이런 반응에는 의문점도 없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1차적인 분석이다.

우선 북한이 성명을 발표한 시점과 인터뷰 내용이 공개된 시점의 차이다. 문제의 월간지는 9월 20일부터 발간됐는데 그로부터 한달 보름이 지나 북측이 이를 문제삼고 나선 것. 더구나 북측은 지난달 27일에도 이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예정대로 2차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후보자 명단을 남측과 교환했었다.

따라서 북측이 피치못할 내부 사정으로 이산가족 교환방문사업을 잠시 늦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터뷰의 문맥을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장총재가 북측을 이해하려고 애쓴 측면이 많이 보인다는 것. 북측이 굳이 시비를 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장총재는 “(북한이) 우리보다 자유가 없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통제사회속에서 살아왔다”며 남측과 비교하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북측은 거두절미하고 “북은 자유가 없다느니…”라고 인용하는 등 의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느낌이 강하다는 것.

정부는 북적의 이같은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틀’을 흔들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를 제기한 북측의 입장과 체면을 배려하는 선에서 이번 일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북측의 입장을 배려한다고 해도 장총재의 교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일로 한적 총재가 바뀐다면 ‘북한이 이제 인사권까지 휘두르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생사확인 결과를 교환하는 10일경에 북측 의도를 물어보고 구체적 대응책을 정할 방침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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