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日총리 인터뷰]"김정일 초청계획 당장은 없다"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9시 02분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개막을 앞둔 18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나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초빙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면서도 “이런저런 준비가 끝나면 일본―북한 수뇌가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ASEM의 역할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계평화와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등 세계적 기구뿐만 아니라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지역협력기구, 주요지역간 협력, 나아가 양국간 협력 등 중층적(重層的) 협력관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ASEM은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세계의 주요지역간 협력의 장으로서 앞으로 한반도정세 정보기술(IT) 등 세계적 관심사항을 협의해 의미있는 결과를 촉진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반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서울에서, 그것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열리게 된 이번 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을 개인적으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북한이 ASEM 참가를 신청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은 아직 참가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정식으로 참가 의사를 밝힌 다음에 검토해 결정하겠다.”

―북한이 초청하면 방북할 것인가. 또 북한 김국방위원장과 김상임위원장을 일본에 초청할 계획은 없는가.

“김국방위원장과 (내가) 직접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김대통령이 시사한 바 있다.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김국방위원장과의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준비가 끝나면 일―북 수뇌가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국방위원장이나 김상임위원장을 초빙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북한과의 수교가 언제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수교교섭은 (중단된 지) 7년 반 만인 금년 4월에 재개됐을 뿐이다. 쌍방간 견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번 달(30일) 개최되는 회담을 비롯해 이후로도 양측 입장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계속 교섭을 진행해 나가겠다.”

―일본인 납치 의혹문제, 핵, 미사일 문제 등이 수교의 전제 조건인가.

“이 같은 일―북간 현안과 국제적인 우려가 모두 해결되지 않으면 수교교섭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미뤄둔 채 수교할 수는 없는 만큼 향후 교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한 대화로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일본정부는 얼마전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50만t의 식량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인도적 입장뿐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조성된 긍정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국적 견지에서 이뤄졌다. 금년 말부터 내년 상반기에 걸쳐 전달될 것이다.”

―현재 남북 간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화해와 협력의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남북정상회담은 양 수뇌가 직접 의견을 나누고 공동문서에 서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후 남북장관회담, 이산가족 상호방문, 국방장관회담 등 후속조치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다. 남북관계 진전은 일―북, 미―북의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의 움직임이 착실하게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정리〓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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