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가는길, 자민련이 걸림돌?

  • 입력 2000년 10월 4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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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는 당이 뭘 하면 ‘법리(法理)’고, 힘없는 당이 뭘 하면 ‘몽니’냐.”

4일 자민련 당무회의에선 국회법개정안 처리문제가 국회 정상화의 막판 걸림돌로 떠오르자 볼멘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이제 공은 자민련으로 넘어갔다”며 은근히 자민련의 ‘양보’를 요구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원내총무가 자민련이 양보하면 된다고 했다는데, 그동안 장외집회로 국회를 열지 않은 게 누구냐”(이용준·李龍俊당무위원), “옆에 있던 민주당 총무는 긍정의 침묵만 지켰다”(김현욱·金顯煜지도위의장)는 등의 맹렬한 성토가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는 국회법개정안 처리문제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일현(曺馹鉉)당무위원은 “이젠 애원할 필요도 없다”며 “누더기를 입고 싸우느니 차라리 발가벗고 뛰어나가자”고 했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견이었고, 대세는 ‘양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은 “교섭단체 구성문제에 관한 한 입장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정리한 뒤 이양희(李良熙)총무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했다.

하지만 자민련도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총무들이 4일 밤 회담에서 국회법개정안 처리시한을 ‘적절한 시기’ 등으로 가닥을 정리함으로써 자민련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요구보다 몇발짝 후퇴했기 때문이다.

자민련이 여야총무들의 의견접근안을 수용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반발도 예상된다. 하지만 자칫하면 국회파행의 책임을 송두리째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부담감도 느끼고 있어 계속 이를 고집할지는 미지수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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