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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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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김일철(金鎰喆·차수·북한 권력서열 8위)인민무력부장과 이달 중순 북한특사로 제주도를 방문했던 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는 모두 한라산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나 ‘감상법’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시동을 끈 자동차가 오르막길을 저절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도깨비도로’를 찾았을 때 김비서는 “도깨비가 항상 있는 모양이죠. 관광하기 위해 머리를 쓰시는구만. 누군지 참 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주도 관계자들에게 “‘신비의 도로’를 착각이라고 하면 안된다. 그러면 신비스러움이 없어진다”고 당부하는 등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측근다운 ‘정치적 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25일 ‘도깨비도로’를 찾은 김부장은 군인다운 우직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건 착시현상이다. 이게 진짜 오르막인데 차가 올라간다면 지구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이어서 진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비서는 항몽유적지 분재원 등 가는 곳마다 방명록에 감회를 적고 ‘이름’을 남겼으나 김부장은 끝내 사양하고 ‘부하’들에게 대신 쓰도록 했다.
또 김비서는 방문기간 내내 남측 기자들의 질문에 시원스럽게 대답했으나 김부장측은 언론의 집중취재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김부장은 26일 2차 회의에 앞서 “(남한 언론이) 이번에는 소설 안 쓰고 제대로 보도했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군인과 정치인이 같을 수 있겠느냐”며 “김부장은 북 군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조심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