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쌀지원/언제 어떻게?]'量 많이, 시기 빨리' 차관형식

입력 2000-09-09 17:05수정 2009-09-2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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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요청에 따라 차관 형태로 제공할 식량 지원의 방향이 ‘보다 많이, 가능한한 빠르게’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는 북측의 ‘태국산 쌀 등 값이 싸더라도 많은 양을 빨리 보내달라’는 요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제 원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경제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식량 지원 규모〓정부가 60만∼70만t의 식량을 지원키로 한 것은 북측 요구인 100만t 규모와 가능한 한 맞추기 위한 것. 또 일본이 3월 지원한 쌀 10만t 이외에 추가로 40만t(총 50만t)을 지원할 계획임을 고려, 이보다 많은 양은 되어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쌀 지원이 남북관계의 ‘윤활유’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재임시인 95년 국내산 쌀 15만t(1850억원)을 지원했다”며 “이번엔 가격이 싼 태국산 쌀과 중국산 옥수수를 수입해 당시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양’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도 “50만t 이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은 이미 서 있다”며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적절히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식량 지원 재원으로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없는 남북협력기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남북협력기금은 4425억원이고, 기금 운용 자산을 제외한 가용자원은 약 1725억원. 인출에 2∼3주 걸리지만 기금으로 잡혀 있는 1800억원을 합하면 모두 3500억여원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95년보다 적은 액수인 1500억원(약 1억2500만달러)정도만 지출해 태국산 쌀(t당 약200달러)로만 충당해도 50만t을 살 수 있다. 이보다 값이 싼 중국산 옥수수도 적절한 비율로 지원할 경우 1500억원보다 적은 액수로도 60만∼70만t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

▽식량 제공 시기 및 차관 협정〓정부는 북측과 차관협정을 체결한 직후부터 식량을 지원하기 시작해 내년 춘궁기 이전에 식량 지원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북측이 식량을 미리 확보해 춘궁기에 배급할 시간을 주자는 것.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상환 조건. 정부는 일본이 95년 50만t의 쌀을 지원한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15만t은 무상으로, 35만t은 10년 거치 30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했던 것. 다른 사례는 3년 거치 17년 상환 조건의 경수로 공급 협정. 그러나 3년 또는 5년 거치로 하는 문제에서 정부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3년 후 다른 정권이 들어설 경우 부담을 고스란히 넘기는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반발을 초래한다는 점. 이 때문에 정부측은 북측이 현물로 상환해 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북한 식량 사정〓북한은 홍수 가뭄 등 재해가 심했던 95∼98년보다 지난해 곡물 생산이 늘었다. 그러나 올해 개화기인 5∼7월에 가뭄이 심해 수확량이 지난해의 422만t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한해 곡물 수요량은 약 600만t.

장관급회담 기간중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함경북도를 다녀온 박장관은 “함경남북도, 자강도, 양강도 일대의 가뭄 피해가 심했다”며 “지원된 비료는 북한 전역에 충분히 뿌려졌으나 비가 내리지 않아 효과가 반감됐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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