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체제정비 첫날]"우리길 걷자" "공조하자" 맞서

  • 입력 2000년 9월 4일 18시 55분


자민련은 4일 ‘4·13’총선 이후 가장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당직개편에 따른 신임 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을 시작으로 고위당직자회의, 당직자 이취임식, 의원총회, 의원연찬회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려 7개의 일정이 이어졌다. 점심에는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가, 저녁에는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의원 및 당직자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당직자들은 “모처럼 당에 활기가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자민련은 의원연찬회를 국회 회의실에서 열고, 점심과 저녁식사도 호텔이 아닌 청국장집 등에서 했다.

당 체제개편 이후 당 결속을 다지면서 새 출발을 모색하는 자민련의 달라진 모습이다. 김종호(金宗鎬)총재직무대행은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당을 단단히 꾸려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자민련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숙원인 원내교섭단체 구성문제는 좀체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형편이고, 당의 향후 노선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의견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날 의원연찬회 자유토론에서도 의원들은 “모든 사안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독자적인 길을 걷자”느니, “공조를 할 것이라면 확실히 해야 한다”느니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부 의원은 “당 총재가 국무총리를, 총재대행이 국회부의장을 겸직하는 과도체제를 벗어나지 않고서야 당 쇄신이 되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종호 대행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진로에 대한 자기 나름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하지만 당내 논의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김대행도 꽤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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