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 實査개입 공방]野 무차별공세-與 무대응전략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47분


《민주당의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에 대해 한나라당은 2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이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나왔지만 속으로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등 갈팡질팡했다.》

▼한나라당/김대통령 책임론 거론 무차별 공세▼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며 김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이날 “워터게이트 사건은 불법 도청보다는 닉슨대통령이 진상을 은폐하려 거짓말한 게 더 큰 문제가 됐다”면서 “김대통령도 사실을 은폐하려 하면 역사와 국민이 대통령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주 공격 대상은 김대통령이었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먼저 “역대 어느 정권도 이보다 더 부도덕하지 않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김대통령이 이런 권모술수, 음모, 기만의 정치 앞에 입을 닫고 있다면 국제사회가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공격했다. 김홍신(金洪信)의원도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났으면 대통령 탄핵 감이다”고 가세했다.

이재오(李在五)의원은 “(민주당 의원 중)진짜 기소해서 잡아넣을 사람은 다 빼고 송사리만 고발하거나 기소했다는 것 아니냐. 민주당은 스스로 여당이기를 포기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택수(安澤秀)의원은 “지금 우리는 정권 퇴진 운동밖에 할 일이 없다. 지금 당장 민주당 앞에서 전 의원이 시위를 벌이자. 민주당은 해산해야 하고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이어 상임위별로 2개조로 나눠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유지담(柳志潭)중앙선관위원장을 항의 방문했다. 버스를 타고 대검찰청과 중앙선관위로 이동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단순한 실언'입장 재확인 무대응 전략▼

서영훈(徐英勳)대표가 나서 선관위와 검찰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데 대해 이렇다 할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다.

28일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윤철상(尹鐵相)전사무부총장의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선관위의 4·13총선 비용 실사 결과 전체 227명 당선자 가운데 200명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있다면 여야 의원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고 야당을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번 발언으로 전당대회고 뭐고 다 소용없게 됐다”며 “시중에는 실사 개입 의혹보다 ‘집권당 지도부의 분별 없음’을 비아냥대는 소리가 더 많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무기력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당 저변에선 당지도부가 즉각 총사퇴하고 30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과 5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개혁 전문성 위주로 구성해 당체제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됐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등 핵심부는 “야당의 지도부 사퇴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특히 서대표측에서는 “선거비용 관계는 동교동계가 다 했는데, 왜 서대표만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윤승모·송인수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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