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구의원-이회창총재 'E메일 대화' 화제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39분


국회법 날치기 파동의 여파로 국회가 장기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야당 총재와 여당 초선의원의 ‘E메일 대화’가 정가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강성구(姜成求·경기 오산―화성)의원은 23일 이총재의 개인 홈페이지(www.leehc.com)에 ‘한 초선의원이 야당 총재에게 드리는 고언(苦言)’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에 대한 답변을 준비 중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을 느끼지만, 여의도에는 폭염이 웅크리고 있습니다’는 말로 시작된 강의원의 메일은 다음과 같은 당부로 끝을 맺었다.

‘뇌사 국회니 휴면 국회니 하는 비아냥을 듣고 있으려면 한때 방송사(MBC) 사장까지 지낸 언론인으로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입니다…난마처럼 얽혀 있는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대화의 장으로 나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입법부가 제 역할을 다하도록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강의원은 중간중간 ‘초선의원이 감히 야당 총재에게 충고한다고 나무라지 마시고 귀 기울여 주십시오’라고 쓰는 등 깍듯이 예의를 갖췄다. 마지막 인사말도 ‘결례를 너그럽게 받아주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총재님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강성구 올림’이라고 썼다.

이총재측은 메일을 받고 처음에는 ‘강의원이 여론 공세를 하려는가 보다’고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내용을 곰곰이 뜯어본 뒤 진심 어린 충고로 받아들이고, 비서진이 강의원 사무실로 전화해 인사를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25일 “총재께 메일 내용을 보고했고 곧 답장을 보낼 예정”이라며 “하지만 국정 파행 책임 부분 등에 대해선 강의원과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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