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4조 원 순이익에도 ROE 9%대에 머문 이유는 무엇일까. 함영주 회장(사진)이 스테이블 코인과 AI 금융을 꺼낸 배경과 자본 효율성 전략을 분석한다. ⓒ뉴시스
하나금융그룹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당기순이익 4조 원을 돌파했지만, 함영주 회장은 수익 규모보다 ‘수익성의 구조’와 자본 효율성 개선을 다음 과제로 제시했다. 함 회장은 30일 2025년 경영실적 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인공지능(AI) 금융을 중심으로 비은행 부문과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4조 2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4조 클럽’에 진입했다. 하나은행 역시 3조 7475억 원의 순이익으로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19%로, 12%대 ROE를 기록한 KB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와는 여전히 격차가 남아 있다.
함 회장은 IR에서 “지난 1년간 각 관계사의 본업 경쟁력 강화에 힘쓴 결과 그룹의 이익 체력이 늘어나며 2025년 최초로 4조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며 “수익성 중심의 성장 전략을 통해 그룹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 ROE 11~12% 가능성 언급
함 회장은 ROE 개선의 해법으로 비은행 부문 수익성 정상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등 그룹의 주요 비은행 자회사들이 투입 자본 대비 충분한 수익을 시현하면 그룹 ROE는 11, 12%에도 도달할 수 있다”며 “올해부터는 그룹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나금융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62%로,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됐다. 시장에서는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플랫폼·수수료 기반 수익 비중을 얼마나 빠르게 키울 수 있을지가 ROE 격차 해소의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 이후 ‘실사용 생태계’ 강조
함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완료되며, 이는 금융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화”라며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순환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BNK금융 등과 금융권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 이어, 플랫폼·인프라 기업과의 협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함 회장은 “다수의 금융기관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며 “향후 플랫폼·인프라 기업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해 확장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미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해온 만큼, 법제화가 완료되면 속도감 있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행과 유통, 사용, 환류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실질적인 활용처를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 ROE 전략의 두 축: 비은행 정상화와 디지털 수익 모델
시장에서는 함 회장의 발언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전환으로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증권·하나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이 회복될 경우 ROE가 구조적으로 개선되고, 여기에 스테이블코인과 AI 금융이 플랫폼형 수익 모델로 자리 잡으면 이자이익 의존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하나은행 제공/뉴스1
● 제도 리스크는 변수…법제화 속도가 관건
다만 스테이블코인 전략의 현실화는 입법 속도와 규제 설계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이후 발행 주체 요건, 준비금 규제, 결제 인프라 연계 방식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사업 확장 속도와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이 디지털 화폐 생태계를 주도하는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 초기 단계”라며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플랫폼 전략의 파급력이 크게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스테이블코인 구상은 단순한 신사업 선언을 넘어, ROE 9%대에 머문 자본 효율성 구조를 바꾸겠다는 경영 전략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예대마진 중심 모델에서 디지털·플랫폼 기반 수익 구조로 이동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전환 속도가 경쟁 금융지주를 따라잡을 만큼 빠를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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