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을지훈련 비난…남북관계 '둘출변수'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57분


정부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을지포커스렌즈연습에 대해 북한이 ‘6·15 남북 공동선언 유린’ 운운하며 문제삼고 나서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측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9일 발표한 성명은 남북정상회담 후 대남 비방을 자제해온 북측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수위가 높다는 게 관계당국의 분석이다. ‘(을지연습을 하면) 북남 사이의 모든 접촉과 대화, 왕래와 협력이 순간의 정체상태에 빠질 수 있다’거나 ‘북남 합의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공공연한 도발행위’라는 대목이 대표적인 발언사례 들이다.

이번 성명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합의 발표 직후 실시된 4월의 한미 연합전시증원훈련(RSOI)과 5월 하와이에서 미국 주도로 이뤄진 다국적 해군훈련인 ‘림팩2000’ 때의 북측 반응과도 사뭇 다르다. RSOI는 북측이 비난공세는 폈지만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역행하는 발언은 자제했다. ‘림팩2000’ 때도 비난의 초점을 미국과 일본에 맞췄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을지연습이 어렵게 조성된 남북 화해기조를 원점으로 되돌릴 정도로 심각한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측 성명이 을지연습 실시 이틀전에 갑작스럽게 발표됐고, 발표 주체도 군이 아닌 조평통이란 점이 이런 전망의 근거다.

정부 역시 올해 을지연습을 예년과 달리 ‘약식 훈련’으로 치를 생각이어서 북측과의 갈등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21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하는 을지연습 기간 중에 공무원 비상대기나 민간인 대피연습 등의 실제훈련을 생략키로 한 것도 달라진 남북 관계를 의식한 조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