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송환]"고향갈 수 있다니 꿈만 같다"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38분


지난해 2월 함께 출소한 4명의 비전향장기수가 머물고 있는 광주 북구 두암동 ‘통일의 집’에는 요즘 날마다 30여명의 손님들이 찾아와 축하겸 작별인사를 나누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북으로 돌아갈 짐을 미리 싸놓아 한눈에 그들의 설렘을 짐작할 수 있는 30여평 크기의 이 집에는 요즘 그들을 도와 온 각종 단체 인사들뿐만 아니라 취재진과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해달라”는 이산가족들까지 가세해 매우 북적거리고 있다.

이달초 비전향장기수의 애환을 담은 수필집 ‘새는 앉는 곳마다 깃을 남긴다’를 출간해 유명인사가 된 김동기(金東起·68)씨의 경우 편지 전화를 포함해 모두 50여명으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았다.

북한에 부인과 아들을 두고 있다는 이경찬씨(66)는 “성장했을 아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하다”며 “자유왕래가 이뤄지면 꼭 다시 광주를 찾아 그동안 정들었던 분들과 교분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향갈 설렘에 잠을 설친다”면서도 “북에 가면 꼭 우리를 도와 준 남쪽 사람들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 모두가 한핏줄이라는 사실을 실감토록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보다 먼저 89년 출소해 동구 산수동 ‘빛고을탕제원’에서 생활하다 현재는 광주기독병원에 입원중인 김인서(金仁瑞·75)씨는 18일 “다음달 2일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평생 바라온 일이 정말 이뤄진다니 여한이 없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들에게는 최근 각계의 선물이 답지해 송환의 기쁨을 더해 주고 있다.

12일에는 ‘비전향장기수송환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환송행사에서 한 구두가게 주인이 이들 6명에게 구두 한 켤레씩을 전달했으며 7일에는 새마을운동광주서구지회가 따로 환송연을 열고 여행용가방을 선물하기도 했다.

<광주〓김권기자>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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