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면회소 내달 금강산 설치 유력…남북 사실상 합의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24분


남과 북은 9월 중순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 제도화하기 위한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한다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북측은 (9월2일에) 비전향장기수를 보내주면 이산가족상봉 면회소 설치는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했다”며 “빠르면 9월4일이 들어 있는 주(둘째 주)에 이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면회소 설치 문제가 이번 적십자회담의 최우선 논의 과제”라며 “면회소 설치에 대한 원칙적 합의는 이룬 상태이며 이번 회담에서는 이를 언제 어디에 설치하고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실무적인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면회소 설치로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12일 언론사 방북단에 말한 내년의 고향방문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면회소 설치 장소와 관련해 정부는 판문점이 교통여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입장이지만 북측이 끝까지 판문점을 싫다고 할 경우 금강산도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금강산에 면회소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생계가 곤란한 이산가족에 대해서는 상봉에 들어가는 여행비용 등 모든 경비를 정부가 전액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금강산 면회소 설치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금강산에 면회소가 설치될 경우 금강산 관광비 70만원 정도가 드는 부담이 있지만 가족끼리 지내기는 판문점보다 오히려 장점이 많다”며 “금강산은 남북의 가족이 온천욕과 동숙(同宿)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선이 5마일 밖으로 우회하는 근접항로를 신설하는 문제가 북한측과 타결되면 당일 관광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다만 신설될 금강산 항로 주변의 어망제거 등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9월12일 추석을 전후해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 “추석 전에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며 “1차 상봉 준비에만 두 달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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