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평양에서]북아내-두딸 만난 최성록씨

  • 입력 2000년 8월 16일 18시 56분


“당신, 건강해야 해. 그래야 우리 또 만나.”

“그래요, 우리 오래오래 삽시다.”

16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있은 남측 방문단의 개별 상봉에서 최성록씨(79)는 흐느끼는 아내 유봉녀씨(75)와 두 딸 춘화(55), 영자씨(52)의 손가락에 미리 준비해 간 세 벌의 금 쌍가락지를 일일이 끼워 줬다.

주름투성이인 아내의 거친 손에 반지를 끼워 주던 최씨는 “니 어쩌다 손이 이리 쭈글쭈글 됐나”며 통곡하기도 했다. 그는 그리고 “내가 죄인이다. 같이 살지 못하고 이래 50년이나 걸렸으니…”라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딸들이 앞다투어 “아버지, 장군님이 한품에 안아 주어 이렇게 정정하신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아버지도 장군님의 은혜를 남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서 통일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시고…”하며 한동안 ‘장군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말을 쏟아낼 때에도 그는 “그래, 그래”하면서 들었다.

그러나 최씨는 딸들의 말끝에 “국방위원장뿐만 아니라 김대중대통령도 이 자리를 위해 노력하셨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아내 유씨는 남편이 손을 잡은 채 “꼭 다시 만나자”고 울먹이자 “당신도 건강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유씨는 “어머니는 내가 끝까지 딸처럼 잘 모셨으니 행여 아들 노릇 잘못했던 것 때문에 섭섭해하지 말라”고 남편을 위로하기도 했다.

황해 황주군 출신인 최씨는 6·25전쟁 당시 평양 철도우편국에서 근무하다 50년 12월 월남했다. 이들 부부는 남과 북으로 갈린 뒤 각각 재혼했지만 모두 배우자와 사별했다. 유씨는 재가한 후에도 최씨의 부모를 계속 모시며 두 딸을 키웠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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