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개별상봉]단체상봉서 못다한 이야기꽃 만발

  • 입력 2000년 8월 16일 11시 43분


평양방문 이틀째를 맞은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16일 오전10시 20분부터 각자의 호텔방에서 비공개로 북쪽 가족들과 개별상봉을 가졌다.

이날 개별상봉에서는 전날 척추질환으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채 오빠와 사촌언니들을 만날 것을 기대했다가 오빠는 못 만나고 사촌언니들만 만났던 김금자(69.서울 강동구 둔촌동)씨는 언니들로부터 "어젯밤 고향 친지들에게 오빠 소식을 수소문해보니 2년 전에 고혈압으로 사망했더라"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는 "진작 죽은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오지 않았을 걸"이라며 통곡했다.

또 평양이 고향인 강성덕(72.대구 달서구 진천동)씨는 "언니 정말 살아 있었구려", "그래 니가 나를 찾을 줄 알았다"라며 1시간 30분 동안 전날 단체상봉에서 못다한 이야기 꽃을 피우는가 하면 남쪽에서 준비해 온 금목걸이, 금반지, 시계, 밍크목도리 등과 함께 언니네 사위들에게 줄 와이셔츠, 넥타이, 속옷 등을 아예 여행가방 통째로 전달했다.

특히 강씨는 "1.4후퇴 당시 9남매 중 유일하게 언니 혼자만 평양에 남겨놓고 내려온 데 대해 어머니가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오셨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반드시 순덕이 언니에게 전해 주라고 했다"며 어머니 유품인 `등거리 털 옷'(털 조끼)을 전해 줘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날 남측 이산가족들은 정오 개별상봉을 끝낸 뒤 이들 북쪽 가족들과 함께 호텔 2, 3층 식당에서 평양방문 후 처음으로 오붓한 점심식사를 하며 담소를 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남측 방문단은 오후 3시부터 북쪽 가족들과 잠시 헤어져 대동강 유람선을 타고 평양시내 일원을 둘러본 뒤 단군릉 등을 참관할 예정이며 저녁에는 다시 헤어진 북쪽 가족들과 만나 호텔에서 가족끼리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한편 전날 밤 단체상봉에서 과도한 감격과 흥분으로 인해 고열과 기침 등 급성폐렴 증세를 보였던 이근하(71.경기도 시흥시 신천동)씨가 16일 아침 긴급히 평양친선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정명희(72.여.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씨가 발목을 삐어 치료를 받는 등 연로한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건강문제로 의료진과 지원팀들이 긴장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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