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교환방문' 정례화될까…김위원장 진의파악 분주

  • 입력 2000년 8월 14일 20시 11분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될 수 있을까.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12일 방북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올해는 9, 10월 매달 한번씩 하자”면서 “내년에는 이산가족들이 집에까지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함에 따라 발언의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궁금한 것은 9월로 예정된 면회소 설치협상과의 관계다. 남북은 9월에 비전향 장기수를 남측이 석방하면 곧바로 면회소 설치 협상을 시작하도록 합의가 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김위원장의 발언은 △9월 또는 10월에 면회소가 설치되면 면회소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이 계속되도록 하자는 뜻이거나 △면회소가 설치되든 안되든 별도로 이산가족 상봉을 9, 10월에 계속하자는 뜻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중 어느 것이 맞는지 확언을 못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8월 말 제2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의 의중을 더 알아 봐야겠다”고만 말했다.

다만 김위원장의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분위기로 미루어 “면회소 설치와 관계없이 9, 10월에도 이번 8·15 이산가족 교환 방문단과 같은 수준의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유추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 그렇다면 11월 이후에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역시 답이 없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김위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이 당장 ‘정례화’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체제유지와 직결된 문제라고 인식해 왔다.

결국 김위원장 발언의 진의는 이달 말 장관급회담이나 9월 면회소 설치협상 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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