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모친 '김일성大 교수 아들' 곧 만나

  • 입력 2000년 8월 8일 19시 21분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생사조차 알 길이 없던 외아들을 반세기가 지나 안아보게 된 신재순(申在順·88·부산 서구 서대신동 내원정사 거주)씨.

8일 아들인 김일성대학 조주경(趙周璥·68·경북 영양군 영양면 출생)교수가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에 포함돼 15일 남한으로 내려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씨의 어머니 신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부터 훔쳤다.

지난달 17일 아들이 어머니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 우황청심환으로 기력을 이어가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불공을 드려온 신씨는 “무녀독남인 아들 생각에 그동안 제대로 잠을 청할 수 없었다”고 울먹였다.

신씨가 ‘그저 살아있기만을 바라며 죽기 전에 아들을 한번이라도 안아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산의 내원정사에서 불공을 드린 지 꼭 20년째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신씨가 아들과 생이별한 것은 50년 6·25전쟁통에 아들이 인민군에 끌려갔기 때문.

행상을 하며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장학금을 받고 서울대 문리대에 입학하자 고향인 경북 영양에서 함께 상경, 뒷바라지에 전념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금지옥엽 같은 아들을 잃고만 것이다. 33년 남편을 잃고 아들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신씨는 전쟁 이후에도 아들을 찾지 못하자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 20여년 전 여생을 정리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부산으로 내려와 내원정사를 찾았다.

신씨는 “귀도 잘 들리지 않는 데다 눈도 침침하고 목소리도 많이 변한 이 ‘어미’를 아들이 알아볼지 걱정”이라며 눈에 선한 아들 생각에 연방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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