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빠진 南가족 100여명 통곡 "손꼽아 기다렸는데…"

  • 입력 2000년 8월 8일 19시 21분


50년만의 생사확인, 가슴에 묻었던 혈육을 살아서 만난다는 설렘 속에 보낸 지난 20여일. 그러나 8일 북측 이산가족 방문자 명단에서 가족의 이름을 발견하지 못한 한반도 남쪽 100명의 가족들은 무너지는 가슴을 쓸어안고 목놓아 울었다.

백일 무렵 어머니 품속에서 마지막 만났던 아버지 신용대씨(81)의 이름이 북측 방문단의 최종명단에서 빠진 사실을 전해 듣고 신문재(愼文宰·50·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씨는 넋을 잃었다. 부인과 함께 펑펑 목놓아 울었다.

귀국 준비를 하면서도 ‘혹시 최종명단에서 아버지가 빠지면…’ 하고 가슴을 졸였는데 그것이 그만 현실이 되어버린 것.

유복자인 아들과 함께 반세기동안 남편을 기다렸던 유순이씨(70·서울 양천구 신월7동)는 남편 김중현씨(68)의 이름이 빠진 명단을 몇번씩이나 확인하고는 “도저히 못믿겠다”며 가슴을 쳤다.

북한에 있는 형 두원씨(69)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만날 날을 손꼽아 온 성대원씨(67·전북 익산시 금마면)는 “애초 상봉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그저 남들을 부러워하면 될 것을 이렇게 만남 일보직전에서 돌아서야 하니 애석할 따름”이라며 “얄궂은 운명”이라고 말을 흐렸다.

6·25전쟁의 와중에 헤어진 동생(62)이 북쪽에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서도 만날 수 없게 된 심혁정(沈赫鼎·69)씨는 “일단 만남의 물꼬가 트였으니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루빨리 이산가족 상시면회소가 설치돼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북에서 올 동생 용호씨(68)를 위해 증손자까지 가족사진을 찍고 이름을 일일이 적어두는 등 상봉을 학수고대했던 이봉호씨(73·서울 마포구 도화동)도 명단에 동생의 이름이 없자 “다섯달전 용호를 그리며 돌아가신 어머니만 계셨어도 1순위로 만날 수 있었을 텐데…”라며 “부디 몸 성히 잘 있기를 빈다”고 아쉬워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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