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 이 판국에도 평양가다니"…일부 곱지않은 눈길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29분


‘꼭 가야만 했나.’

현대 사태가 수습되지 않고 시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상태에서 정몽헌(鄭夢憲)회장이 8일 방북을 강행하자 정부 일각과 증권가에서는 ‘집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일을 보러 갈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불을 낸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경영진까지 방북한 것이 더욱 눈에 거슬린다는 여론도 있다.

현대측은 이에 대해 “전후사정을 모르는 외부에서는 오해하기 쉽지만 이번 방북은 불을 끄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한다.

우선 이번 방북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6월28일 방북때 초청한 것이기 때문에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것. 북한에서 김위원장의 절대적인 위상을 생각할 때 우리측 사정으로 만남을 취소한다는 것은 대북사업에 앞으로 어떤 심각한 장애를 불러올지 모른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약속을 지켜 김위원장에게 ‘현대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현대측의 주장.

현대측은 평상시에는 정주영(鄭周永)전명예회장이 가야만 김위원장을 만날 수 있지만 이번 방북은 김위원장이 직접 초청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정회장이 김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방북은 구체적인 성과도 보장돼있다는 것이 현대측 주장. 현대 측은 이번 방북에서 △금강산관광사업 △금강산특별경제지구 지정 △서해안공단사업 프로젝트 최종합의서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익치(李益治)회장은 또 “이번 방북은 10억달러의 외자유치가 걸려있다”고 말해 현대의 자구 노력과도 관계가 있음을 암시했다.

현대의 기업문화를 잘 아는 재계관계자들은 정회장 일행의 방북을 현대가 의도적으로 ‘현대 특유의 뚝심’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한다. ‘가신그룹 퇴진 등 현대의 자존심을 버리라는 정부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식 대로 현대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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