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熺太의원…교섭단체 요건완화 흘린 당사자 지목

  • 입력 2000년 7월 25일 01시 21분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의원은 24일 국회법 날치기 파동을 전후해 자민련측에 교섭단체 요건 완화 방침을 '귀띔’한 당사자로 지목돼 온종일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박의원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시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에게 골프 회동을 제의했던 장본인. 박의원은 “JP에게 단순히 골프 회동 제의만을 전했을 뿐 다른 얘기는 하지도 않았고 할 위치도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측은 비공식적으로 “박의원이 교섭단체 요건을 20석에서 15석 정도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는 말을 흘렸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자신들이 국회법을 단독처리한 것도 박의원의 이런 '귀띔’으로 미루어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를 묵인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는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가 날치기 처리를 저지하자 “지도부 방침을 제대로 알기나 하고 막아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박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악의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발만 동동 구르던 박의원은 급기야 이날 밤 11시경 일부 기자들과 함께 '소문의 근원지’인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 집까지 찾아갔다.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양자대면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그러나 김대행은 어디선가 만취가 돼 돌아와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든 상태여서 박의원은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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