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변칙처리]민주당-이만섭의장 약속 "물거품"

  • 입력 2000년 7월 24일 19시 09분


“여야 합의하에 최선을 다해 대화와 타협으로 처리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일방 강행통과나 날치기 처리는 절대 않겠다.”

지난달 5일 제16대 국회 개원식을 앞두고 민주당의 정균환(鄭均桓)총무는 한나라당의 정창화(鄭昌和)총무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교섭단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만큼은 결코 날치기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그의 다짐을 믿고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개원연설에 참석했다.

그러나 두달도 채 안돼 이같은 약속은 휴지가 되어버렸다. 대화와 타협은 격렬한 몸싸움과 욕설, 그리고 날치기 처리가 되어 돌아왔다.

민주당 정총무는 “의원 136명이 서명한 법안을 제1당이라는 이유로 국회에 상정조차 못하게 몸으로 막는 한나라당의 행태가 비민주적인 것 아니냐”는 말로 ‘약속위반’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총무는 “민주당과 자민련이 힘의 정치를 16대에서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날치기 통과 후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였고 일부 의원들은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에게 몰려가 ‘시위’함으로써 25일 본회의에서의 ‘2차 날치기’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의장은 “본회의장 의사봉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은 정상적으로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해 운영위에서 날치기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의장 직권상정과 강행 처리에 반대함을 분명히 했다. 이의장은 지난달 6일 의장 취임사에서도 “국회에서 날치기란 말이 영원히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여권은 25일 본회의에서도 국회법 개정안과 다른 법안들을 ‘강행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이의장이 한번만 악역(惡役)을 맡아 의사봉을 두드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날치기 반대’라는 이의장의 태도는 확고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여권이 날치기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이 과연 본회의까지 통과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승훈기자>l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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