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겨우100명…'이산 恨' 언제 다 풀릴까

  • 입력 2000년 7월 17일 23시 44분


“이러다가 고향에도 가보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는 것은 아닌지….” “고향 어머니가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 주실는지….”

100명을 뽑는 ‘8·15’ 이산가족 평양방문단 선정추첨에 명단을 낸 남측 신청자는 모두 7만6793명. 추첨에서 탈락한 7만6693명의 실향민들은 북측이 200명의 명단을 남측에 통보해오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열기가 달아오르자 더욱 슬픔에 잠겼다.

이번 추첨에서 탈락한 실향민들은 허탈한 가슴을 달래며 다음에 이뤄질 2차 이산가족 상봉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산가족 정근철씨(69)는 17일 대한적십자사에 들러 “1·4 후퇴때 헤어진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1순위로 신청을 했는데 결국 못가게 됐다”며 “왜 떨어졌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한적 홈페이지(www.redcross.or.kr)에도 탈락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몰려들고 있다. 구은영씨는 “이산가족이 만나게 된다고 해서 80세가 넘은 할아버지는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선정됐다는 전화가 적십자사로부터 올까봐 전화도 쓰지않고 기다렸는데 결국…. 할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그럼 언제 되냐’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십니다. 요즘에는 진지도 잘 드시지 않아 우리 가족 모두 걱정입니다”라는 사연을 보냈다.

‘si3333’이라는 ID를 쓰는 장윤필씨는 “연세가 90인 아버님이 계십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만 뽑히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은 70세도 되지 않았는데 신체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선정기준에는 고령자 우선이라고 하면서…”라고 원망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중앙청사 통일부 이산가족상담실을 찾은 고령의 실향민들은 “내 자식을 언제 볼 수 있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북한전문가들은 “이산가족 방문단의 수를 대폭 확대하고 면회소 설치 등을 통한 상시적인 만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상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나머지 실향민들을 위해 남북으로 갈라진 혈육의 생사만이라도 우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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