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한달/변화기류 3題]

  • 입력 2000년 7월 2일 20시 10분


《16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 구태를 벗지 못해 국민의 외면을 받아왔던 여의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높은 상임위 출석률, 검은색 승용차 탈피, 스터디그룹 열풍 등이 우선 눈에 띈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의 기류 이면에는 드러내놓고 말못할 속사정도 없지 않은 듯하다. 이번 국회의 신풍속도를 점검해본다.》

▼조퇴족/상임위 눈동장 찍고선 슬금슬금▼

한달 동안 상임위 대부분이 의원 출석률 90% 이상을 기록했다. 법사위는 4차례 열린 전체회의에 100%의 출석률을 보였고 국방위도 3차례 회의 중 첫 회의에 1명, 두 번째 회의에 1명만 빠졌을 뿐 전원 참석했다. 이는 15대 국회 전반기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치.

개원 초기라서 그런 측면도 있지만 의원들이 국정에 임하는 열기도 뜨겁다는 평가. 각 당의 대표나 주요 당직자들까지도 꼬박꼬박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두차례는 상임위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달라진 모습.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같은 의원들의 높은 출석률은 다분히 시민단체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민단체의 의정활동 모니터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면서 출석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 이 때문에 상임위 개회시간에 나와 ‘출석부’에 도장을 찍은 뒤 하나 둘씩 자리를 뜨는 ‘조퇴족’들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오전만 해도 꽉 차있던 상임위가 오후만 되면 슬그머니 하나 둘씩 자리를 떠 불과 3,4명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밴족/초재선 "대형 승용차보다 좋아요"▼

16대들어 국회주차장의 단조로운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은색 대형 승용차 일색에서 탈피, 다양한 색깔의 지프형 승용차나 밴을 이용하는 의원들이 부쩍 늘어났다.

15대 때부터 지프 무쏘를 타고 다녀 눈길을 끌었던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설훈(薛勳)의원은 물론 장성민(張誠珉) 이종걸(李鍾杰)의원은 하늘색 트라제 밴을 선택했다. 송영길(宋永吉) 김성호(金成鎬) 임종석(任鍾晳) 정범구(鄭範九)의원 등은 중형 승용차를 탄다.

한나라당 386의원들 사이에서도 밴이 인기다.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태울 수 있는 데다 연료비도 절감되기 때문. 남경필(南景弼) 오세훈(吳世勳) 원희룡(元喜龍)의원은 선거 때부터 이용하던 녹황색이나 은색의 카니발을 타고 다닌다.

그러나 여야 중진들 사이에선 여전히 3000㏄급 이상의 대형승용차가 대세. 얼마 전까지는 체어맨이 인기를 누렸으나 최근에는 상당수 중진들이 그랜저 포텐샤 아카디아 등을 버리고 최신형 고급차인 에쿠스로 차량을 바꿨다.

▼과외족/"알야야 의원한다" 스터디모임 붐▼

개원 이후 가장 붐비는 곳이 국회 귀빈식당과 의원회관 회의실. 조찬과 오찬시간을 이용해 스터디 모임을 갖는 의원들이 몰려들기 때문.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6대 들어 등록된 국회의원 연구단체는 모두 15개. 남북정상회담 영향 탓인지 국회의원들 사이엔 통일외교분야 연구단체가 가장 활발하다. 이런 모임엔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통일관련 모임으론 ‘21세기 동북아평화포럼’(장영달·張永達) ‘통일시대산업정책연구회’(박광태·朴光泰) ‘한민족통일연구회’(임인배·林仁培) 등이 등록을 마쳤고,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이창복(李昌馥)의원 등은 ‘평화와 통일포럼’을 곧 발족할 예정. 당내 공부모임도 활발하다. 민주당 386 초선의원 모임인 ‘창조적 개혁연대’는 요즘 대북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통일공부’에 열심이다. 한나라당에선 홍사덕(洪思德)국회부의장 주도로 의원공부모임 7개가 지난달부터 활동하고 있다. 여야 초 재선의원 13명으로 구성된 ‘바른정치실천연구회’(민주당 김한길)는 공직자 윤리법개정과 선거법개정 등 정치개혁 입법을 위한 ‘실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승훈·선대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